제목: 상속세 논란, 부의 대물림은 과연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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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상속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부의 대물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탓이다. 대기업 오너가의 상속세 회피 사례가 보도될 때마다 ‘부자 감세’ 논란과 ‘상속세 폐지’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몇 년 전 지인의 일을 겪으면서다.
지인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남긴 주식과 부동산이 예상보다 많아 상속세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했고, 경영권에 타격을 입었다. 그때 ‘상속세가 가업 승계에 걸림돌이 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부의 세습을 막는 장치’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그 지인은 회사 매각 후에도 남은 부동산을 처분하며 세금을 마련하느라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상속세 신고를 위해 감정평가를 받았는데 공시지가와 시세 차이가 커서 예상보다 세금이 더 나왔다는 점이었다. 이런 경험은 나로 하여금 상속세 제도의 현실적 문제점을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OECD 최고 수준이다. 가업 승계 공제 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보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고 나서 ‘정말 필요한 개혁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예를 들어, 가업 승계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해야 하고, 상속인이 상속 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붙는다. 이러한 조건은 중소기업주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가업 승계 공제를 신청한 사례 중 승인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문제는 ‘상속세가 강할수록 사회가 공정해지는가’라는 질문이다.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완화해 기회의 평등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산가들이 증여나 탈세로 세금을 회피하고, 중산층만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역진성이 발생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상속세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지만, 실효세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예를 들어 2022년 상속세 신고 건수는 1만 5천 건에 달했지만, 실효세율은 20%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는 고액 자산가들이 각종 공제와 회피 전략을 통해 세 부담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산층은 부동산 등 실물 자산 위주로 상속이 이루어져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균형은 사회적 형평성을 해친다.
단계 1: 상속세의 사회적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다. 상속세는 단순히 재정 수입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장치다. 하지만 과도한 세율은 자본 도피나 경영권 승계를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독일은 상속세율이 높지만 가업 승계에 대한 공제 혜택이 넉넉해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한다. 독일의 경우 가업 승계 시 최대 85%까지 공제가 가능하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전액 면제도 된다. 이러한 제도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업 승계 공제의 요건을 단순화하고 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단계 2: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과세 체계가 복잡하고 공제 항목이 많아 납세자 혼란을 준다. 또 부동산 평가액이 시세와 괴리되는 경우가 많아 세 부담이 불공평하다. 2023년 국세청 통계를 보면 상속세 신고자의 70%가 부동산을 주된 재산으로 신고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 변동이 상속세 부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강남 지역 아파트의 경우 공시지가가 시세의 60~70% 수준에 불과해, 실제 상속세 부담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 반면, 지방 부동산은 공시지가와 시세 차이가 적어 상대적으로 높은 세 부담이 발생한다. 이러한 지역별 편차는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상속세 신고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비용 부담이 커 중산층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단계 3: 해외 사례와 비교해 시사점을 얻는 것이다. 일본은 상속세율이 높지만, 증여세와 연계한 공제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생전에 증여를 통해 재산을 이전하면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증여세 연부과’ 제도가 있다. 또한, 배우자 상속 공제가 1억 6천만 엔까지 적용되어 실질적인 세 부담을 낮춘다. 영국은 상속세율이 40%로 높지만, 배우자 간 상속은 전액 면제된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면 우리나라도 배우자 공제 확대나 가업 승계 요건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무조건적인 세율 인하보다는 허점을 보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고액 자산가의 탈세를 막기 위해 상속세 신고 시 자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거나, 해외 자산 신고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상속세 논란은 단순히 세율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복합적 이슈다. 부의 대물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공정한 경쟁을 위해선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 반대로 과도한 규제는 경제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명한 과세와 합리적인 공제 제도를 통해 형평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앞으로도 상속세 정책 변화를 주시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의 세습보다는 기회의 평등이 더 중요한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상속세는 철폐보다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상속세율은 그대로 두되, 가업 승계 공제 요건을 현실화하고, 고액 자산가의 탈세를 막는 감시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해야 부의 대물림을 줄이면서도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상속세 제도 개혁과 함께 사회 전반의 소득 재분배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장학금 확대나, 창업 지원 정책을 통해 부의 대물림 없이도 경제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속세만으로 불평등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의 개혁은 사회적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